15년 승무원 생활 통틀어서 가장 배정받기 싫었던 노선을 꼽으라면 단연 인도행입니다. 승무원마다 선호하거나 기피하는 노선이 다 있겠지만, 제게 인도 노선은 정말 넘기 힘든 거대한 장벽 같은 존재였죠.
(코로나 발생 이후, 중화항공은 델리 직항 노선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인도행 직항뿐만 아니라, 많은 인도 승객이 대만을 경유해 밴쿠버로 갑니다. 그래서 전 밴쿠버 노선조차 어떻게든 피하려고 애를 쓰곤 했죠. 하지만 도저히 스케줄을 바꿀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비행에 나서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인도 노선의 전형적인 승객 구성은 이렇습니다:
시크교를 믿어 터번을 두른 남성들 + 사리를 입고 긴 치마를 끄는 엄마들과 아기들 + 터번을 쓰지 않은 인도인들 + 그리고 극소수의 비인도인 승객들. 인도 승객의 90%는 채식주의자(Vegetarian)라 특별 기내식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 문제는 이분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걸 정말 싫어한다는 거예요. 특별 기내식은 배식 오류를 막기 위해 지상에서 미리 확인해야 하는데, 제자리에 없는 분들을 일일이 찾아내는 것부터가 대공사입니다. 더 기가 막히는 건, 미리 예약한 분은 7~80%뿐이라는 거예요. 예약을 안 한 나머지 승객들은 배식 때 고개를 흔들며 “Vegetarian! Vegetarian!”만 외쳐댑니다. 비행기에 남는 채식 식단이 그렇게 많을 리 없는데 말이죠. 특유의 강한 억양 때문에 예약 안 하면 여분이 없다는 걸 설명하는 것조차 고역입니다. 배식 과정 자체가 그야말로 ‘아비규환’ 그 자체죠.
커피나 차 서비스를 나갈 때면, 설탕 트레이는 몇 줄 지나지도 않아 순식간에 바닥납니다. 밥 줄 때, 차 줄 때, 심지어 치울 때조차 수많은 승객이 승무원을 붙잡고 “Whisky! Whisky!”를 외쳐대죠. 한번은 인도 엄마가 아기에게 우유 대신 프림(Coffee creamer)을 먹이는 걸 본 적도 있습니다. 터번을 쓴 남성 승객이 터번 안에서 빵을 꺼내 드시는 광경도 목격했고요.
남성 승객들에게 화장실 변기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바닥은 늘 오줌으로 흥건하죠. 사리를 입은 여성 승객들은 그 오줌이 묻은 치마 자락을 끌며 다시 좌석으로 돌아갑니다. 아기를 데려온 엄마들은 기저귀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은지, 좌석 근처 바닥에 똥이 묻은 기저귀가 뭉텅이로 굴러다니기도 합니다. 기내에는 카레 냄새, 향신료 냄새, 그리고 배설물 냄새가 뒤섞여 진동하죠.
인도 비행 한 번 끝내고 나면 “내가 대체 어떤 세계 대전을 치르고 온 건가” 싶은 현타(Reality check)가 옵니다. 인도 노선을 많이 비행한 건 아니지만, 평생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한 경험이었죠.
사진은 인도 레이오버 때 우그라센 키 바올리(Ugrasen ki Baoli) 계단 우물에서 찍은 거예요. 여담으로, 제가 장이 좀 예민해서 인도 외스테이 때는 생수를 큰 통으로 여러 개 챙겨가서 마셨거든요. 양치질도 생수로 했고요. 그런데 샤워하다가 너무 기분이 좋았는지 입을 벌리는 바람에 물이 입안으로 확 들어왔습니다. 결국 그 뒤로 며칠 동안 폭풍 설사를 했죠. 그 뒤론 동료들에게 델리 비행 가면 샤워할 때 입을 꼭 다물라고 신신당부하곤 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일 뿐, 모든 승무원을 대변하는 건 아닙니다. 인도 노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승무원들도 분명 어딘가엔 계실 거예요!








![[뿌리 1부] “결국 뉴욕을 샀다” 서울대 의사가 세탁소에서 버틴 진짜 이유 | 홍성용 특파원](/_next/image/?url=https%3A%2F%2Ftalk.uscorean.com%2Fwp-content%2Fuploads%2Fsites%2F4%2F2026%2F02%2F43242342356-scaled.jpg&w=3840&q=75)


답글 (0 )